국방 백년대계 흔드는 ‘국군통합사관학교’ 졸속 추진 즉각 중지해야

<전 국방홍보원장 이 붕 우>

최근 정부가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묶는 ‘국군통합사관학교’ 설립을 군 안팎의 충분한 여론 수렴도 없이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군 개혁과 합동성 강화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일련의 추진 과정을 보면 군사적 필요성에 근거한 조치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이는 누가 봐도 정치 프레임을 씌운 ‘육사 폐교’의 정치적 보복이다.

이번 국군통합사관학교 추진은 지난날 육사 출신들이 우리 헌정사에서 저지른 정치적 관여와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의 주된 역할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정치권력과 결탁한 일부 군인들의 시대적 판단과 행동을 빌미 삼아, 철저히 정치적 중립으로 육성되어야 할 육군사관학교 전체를 정치편향의 도마 위에 올리고 난도질하는 형국이다.

육사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고비마다 국가 발전과 안보의 보루 역할을 해온 현대사의 주역이자 소중한 자산이다.

과거의 공과는 냉정하게 평가하되, 군의 중추적 인재 양성 기관이 가진 역사성과 정체성까지 정치적 프레임으로 개편하려는 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는 꼴이다.

더욱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는 것은 장교 양성 기관의 이전 방식이다.

제대로 된 교육·훈련 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 임시방편으로 지방의 군 시설로 몰아넣으려 하고 있다.

이는 국가 안보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자원한 아무런 죄도 없는 젊은 선량들에게 선배들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는 ‘희대의 연좌제’나 다름없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에서 2027년도 각군 사관학교 신입생 모집이 이미 시작됐다.

과거 군인의 잘못을 문제 삼아 미래 군인을 옥죄고 책임을 묻는 반복되는 정치 보복의 풍토에서 과연 어떤 엘리트 청년들이 목숨 바쳐 조국을 지킬 군인의 길을 택하겠는가.

AI와 첨단전력이 지배하는 미래 전장은 고도의 전문화와 첨단 과학 기술 군대를 요구한다.

육·해·공군의 전장 환경이 확연히 다른 상황에서 외형만 묶는 기계적 통합은 이도 저도 아닌 두루뭉술한 장교만 배출할 뿐이다.

진정한 군사적 효율성과 합동성의 함양은 군사적 소양과 전장별 전문성에 몰입할 생도들을 같은 울타리에 가두는 물리적 억지 통합이 아니라, 이들이 장교로 임관된 후 지휘할 군대 전반의 합동성과 운용 체계의 고도화에서 나온다.

국방개혁과 합동성을 내세워 정치 프레임으로 졸속 추진되는 국군통합사관학교 계획은 즉각 중지해야 한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국방정책은 진심과 신중함으로 충분한 논의와 검증을 거친 후 추진해도 절대 늦지 않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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