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평론가 김종화
현장의 땀방울로 써 내려간 안보의 나침반
안찬희 저자는 군에서 정훈업무를 수행해온 정훈장교출신이다.
군의 정신전력과 대국민 소통을 책임지는 정훈병과에서 평생을 바친 저자의 이력은, 그가 이번에 상재(上梓)한 칼럼집 『안보에는 휴일이 없다』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이 책은 결코 냉소적인 시선이나 책상 위에서 다듬어진 정형화된 이론서가 아니다.
육군 소위로 임관한 이래 야전과 육군본부, 합동참모본부, 국방부를 거쳐, 전역 후 국방일보 편집인과 대한민국재향군인회 대변인에 이르기까지 반세기 동안 안보의 최전선과 사회적 공론의 장을 두루 거치며 온몸으로 부딪쳐 얻은 값진 현장의 교훈이다.
저자는‘안보현장에 답이 있다’는 확고한 신념 아래, 오늘날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한반도 안보 환경 속에서 우리가 직면한 냉혹한 현실을 날카로우면서도 담담한 필치로 기록해 냈다.
책의 전반부에서 저자는 실전과 같은 훈련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평시 땀 한 방울이 전시 피 한 방울과 같다”는 묵직한 격언을 던진다. 저자가 정의하는 군의 존재 가치는 명확하다.
바로 적과 싸워 이기는 것이다. 전쟁은 예고 없이 기습적으로 찾아오기에, 불확실한 위기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반복 숙달만이 아군의 생명을 보존하는 유일한 길이다.
평소 흘리는 구슬땀은 단순히 개인의 전투 기술 연마를 넘어, 전시에 부대원과 국민의 생명을 구하고 감히 적이 도발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전쟁 억제력임을 현장의 생생한 언어로 증명해 보인다.
또한 저자는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는 탁월한 안목으로 안보 패러다임의 전환을 지적한다.
전통적인 군사적 위협을 넘어 사이버 테러, 경제 및 기술 패권 경쟁, 가짜 뉴스 확산과 감염병에 이르기까지 오늘날의 안보는 국민의 실생활과 직결된 포괄적 안보로 확장되었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저자의 경고는 매섭다. 안보는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에 결코 특정 이념이나 진영의 정쟁 도구로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는 일침이다.
여와 야 진보·보수, 그리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온 국민이 안보의 주체가 되어 국론을 결집할 때에만 대한민국이 진정한 평화의 토대 위에 설 수 있음을 강하게 호소한다.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 대목은 국가를 위한 희생을 대하는 저자의 태도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안보 선진국들의 사례를 치밀하게 제시하며, 보훈이란 결코 시혜적인 복지제도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 간의 엄숙한 계약이자 책무임을 강조한다.
제복 입은 영웅들이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공동체를 위한 그들의 숭고한 희생이 일상 속에서 끝까지 기억될 때, 비로소 다음 세대도 위기 앞에서 국가를 위해 기꺼이 헌신할 수 있다는 통찰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희생이 존중받는 사회라야 국가의 지속 가능성도 담보될 수 있다는 고언(苦言)이다.
결론적으로 이 칼럼집은 군 장병들에게는 왜 총을 들고 서 있어야 하는지 그 존재 이유와 정신전력을 가다듬게 하는 단단한 교본이 되고, 평화의 일상에 익숙해진 일반 국민에게는 흐트러진 안보 의식을 일깨우는 따끔한 예방주사가 되어준다.
‘준비 없는 평화는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는 저자의 준엄한 메시지처럼,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위기 속에서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미래와 평화를 고민하는 모든 이들이 반드시 읽고 마음에 새겨야 할 명확한 나침반이 아닌가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