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 – 이해인 시

엄마와 딸 – 이해인 시

이렇게 나이를 먹어서도

엄마와 헤어질 땐 눈물이 난다

낙엽 타는 노모의 적막한 얼굴과

젖은 목소리를 뒤로 하고 기차를 타면

추수를 끝낸 가을 들판처럼

비어가는 내 마음

순례자인 어머니가

순례자인 딸을 낳은

아프지만 아름다운 세상

늘 함께 살고 싶어도

함께 살 수는 없는

엄마와 딸이

서로를 감싸주며

꿈에서도 하나 되는

미역빛 그리움이여

조각천 하나라도 아껴쓰며

절약하신 한국 엄마들의

사랑, 사랑의 빛깔들이

가슴에 새겨져서

그 사랑의 빛이

그 딸 에게 이어집니다.

딸은 또 다른 대를 이어가는

사랑의 엄마 이니까요.

엄마의 사랑을

시로 올려 드립니다.

눈 감으면 언제나 떠오르는

영원한 고향 같은

어머님의 품이 그리워 집니다.

따듯한 인생의 위로가 필요하신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님께

이 시를 바쳐 드립니다.

꿈에서도 하나 되는

미역빛 그리움이여 –

마지막 여운이 진하게 가슴을 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