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이산 김광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이산 김광섭 시인의, 시 “저녁에”의 마무리 부분 “어디서 무엇이 되어 / 다시 만나랴.”를 보고,
미당 서정주 시인은 이렇게 찬탄했다고 합니다.
팔만대장경을 마지막 두 행에 모두 압축해 놓았다고.
사랑하는 두 존재는 서로를 그리며 “어디서 무엇이 되어 / 다시 만나랴.”라는 절실함에 사로잡힙니다.
수화 김환기 화백은 혼자 살던 뉴욕 생활의 곤궁 속에서
아파트들 창에서 새어 나오는
저녁 불빛을 보고 고국에 있는 가족들이 그리워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림 제목을 절친 김광섭 시인의 이 시에서 따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고 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