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 (僧舞) 하이얀 고깔은 – 조지훈 시

승무 (僧舞)  – 조지훈 시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梧桐)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이 시를 쓸때 조지훈의 나이는 19세입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나이입니다.

아직 번뇌를 추상적으로 이해할 뿐인

나이인데도 번뇌를 미루어 짐작 하는

상상력이 놀랍습니다. .

시 ‘승무’는 조지훈(趙芝薰, 1920.12.3 ~ 1968.5.17)이

1939년 ‘문장’에 발표하여

추천받은 시입니다..

청록파 시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