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와 숙녀 – 박인환 시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1970년대 가수 박인희 씨의 노래로

듣던 기억이 납니다. 그녀의

감성적인 목소리에 실려

목마와 숙녀 나레이션이 흐를때

쓸쓸한 감정에 가슴 한편이

시렸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목마와 숙녀 시인 박인환은

술을 매우 즐겨했다고 합니다.

서른살에 요절한 시인이며

우리 가슴에 센티멘털리즘의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