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달밤​ – 김소월 시

여름의 달밤​ – 김소월 시

요렇게 예쁜 손톱을 누가 깎아 하늘에 걸어 놓았나?

요렇게 예쁜 손톱을 어느 공주가 깎아 하늘에 걸어 놓았나?

이쁜 달밤에 이쁜 시하나 소개합니다.

이쁜 손톱처럼 달이 걸려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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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하고 달 밝은 여름밤이여

구름조차 희미한 여름밤이여

그지없이 거룩한 하늘로써는

젊음의 붉은 이슬 젖어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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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맘이 도는 높은 가지의

아슬아슬 그늘 잎새를

배불러 기어도는 어린 벌레도

아아 모든 물결은 복받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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뻗어뻗어 오르는 가시덩굴도

희미하게 흐르는 푸른 달빛이

기름 같은 연기에 멱감을러라.

아아 너무 좋아서 잠 못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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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긋한 풀대들은 춤을 추면서

갈잎들은 그윽한 노래 부를 때.

오오 내려 흔드는 달빛 가운데

나타나는 영원을 말로 새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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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는 물벼이삭 벌에서 불고

마을로 은(銀)숫듯이 오는 바람은

녹잣추는 향기를 두고 가는데

인가(人家)들은 잠들어 고요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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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일하신 아기 아버지

농부들도 편안히 잠들었어라.

영 기슭의 어둑한 그늘 속에선

쇠스랑과 호미뿐 빛이 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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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식새리 소리는

밤에 들어가면서 더욱 잦을 때

나락밭 가운데의 우물 물가에는

농녀의 그림자가 아직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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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은 그무리며 넓은 우주에

잃어졌다 나오는 푸른 별이여.

식새리의 울음의 넘는 곡조요

아아 기쁨 가득한 여름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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