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한해를 보내면서 다시 한 번 국가의 의미와 안보의 가치를 되새기게 된다. 특히 올해는 광복 80주년으로 나라를 잃는다는 것이 어떤 비극이며 내가 살고 있는 조국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지 깊이 반성하며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는 한해였다. 그러나 국내외 안보상황을 바라보면 마음이 무겁다. 지구촌 곳곳에서 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고 국제질서는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사회의 다각적인 노력에도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긴장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의 국내 현실 또한 예외가 아니다. 한반도는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있다. 남과 북이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날로 긴장은 높아만 가고 있다. 최근 북한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비핵화 노력을 외면한 채 핵 무력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면서 각종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또 정치적으로는 국론분열과 양극화가 심각하다.
이와 같이 한반도 안보현실이 엄중한 상황에서 우리는 국가안보에 대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새해를 맞이해야 할까?
첫째, 안보상황에 대한 올바른 현실 인식이다. 평화와 자유는 의지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국제정치는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공간이며 국가는 스스로를 지킬 능력이 있을 때에만 외교의 폭이 넓어진다. 또 힘은 안보와 평화를 위한 필수 조건이며 국력의 바로미터다. 안보를 소홀히 하면서 평화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낙관일 뿐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안보상황을 직시하고 올바로 현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둘째, 국민으로서 확고한 안보관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져야 한다. 안보는 군인이나 정부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민 전체가 함께 지켜야 하는 가치이다. 현대적 안보개념은 군사적 위협 중심의 전통적 안보개념에서 탈냉전 이후 군사력을 포함한 경제, 사회, 환경, 보건, 사이버 등 국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비군사적 위협 요소를 포함한 포괄적 안보개념으로 확장되었다. 따라서 사회 구성원 모두가 확고한 안보관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추는 것은 국가안보의 중요한 핵심과제다.
셋째, 안보는 국가의 존망과 국민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안보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힘이 뒷받침 될 때 가능한 것이며 단순히 현재의 위협을 막는 것을 넘어 다음 세대가 더 안전한 나라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안보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이에 상응한 대처가 필요하며 상대의 선의에만 기대는 안보는 자멸의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새해를 앞둔 지금,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자문자답 해보자. “국가란 무엇이며 안보란 무엇인가?”말이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말처럼 안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아들딸들이 영하의 전선에서 국토방위의 사명을 다하고 있다. 이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어 우리에게 평온한 일상이 있고 희망찬 내일이 있는 것이다.
군대는 사기를 먹고 사는 집단이다. 연말을 맞아 우리 모두가 국군 장병들이 사기충천하여 나라를 튼튼하게 잘 지킬 수 있도록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보내자. 그리고 국가안보의 의미를 다시 새기고 흔들림 없는 평화와 번영을 향한 길을 함께 열어가기를 기대한다.
<안찬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