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우리나라가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 한지 62주년이 되는 해다.
1963년 전쟁의 폐허 속에서 국가재건에 여념이 없었던 정부는 독일 정부와 협정을 맺어 광부와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전문 인력을 파견하기로 했다. 그러자 젊은이들은 서슴없이 낯선 땅 독일로 떠났다.
그들이 그렇게 자원해서 떠날 수 있었던 것은 조국의 미래에 대한 번영과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주고자하는 간절함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차갑고 고달팠다. 광부들은 지하 수 백 미터 막장에서 탄가루를 마셔가며 곡괭이를 들어야 했고, 간호사들은 언어도 익숙하지 않은 병동에서 밤을 새워 환자들을 돌봐야 했다.
그러나 그들의 힘겨운 노동은 단지 개인의 희생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들이 벌어들인 외화는 가족들의 생활비에 충당되고 당시 한국이 차관을 들여와 경제개발을 착수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또한 파독의 역사는 한국의 이주 노동, 간호인력 해외진출과 국제협력의 첫 사례이며 출발점이기도하다.
그리고 독일사회가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높이 평가하여 양국 간에 외교적 신뢰를 구축하고 우호관계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우리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하지만 그들은 고국을 떠나 외로운 타국의 광산과 병실에서 땀과 눈물을 흘리며 한 사람 한 사람이 힘들게 버텨낸 삶의 현장이었다.
이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의 번영된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을까? 깊이 돌이켜 봐야 할 것이다.
62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자 정부가 기념행사를 하고 희생자 추모비 건립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민간단체에서도 사회봉사차원에서 활동하고 있음에 감사를 드린다.
지난 11월 20일 매헌 윤봉길기념관에서 ‘파독 62주년기념 아트메모리콘서트’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파독광부, 간호사, 조무사 등 300여명이 초청되었다.
KBS사회봉사단이 주관하고 아트메모리추진위원회와 대한민국 공무원공상 유공자회가 주최 한 콘서트에 참석한 주인공들은 80대 중반의 흰머리가 성성한 영락없는 할아버지 할머니였다.
이들은 콘서트가 시작되고 노랫가락이 흘러나오자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며 시종일관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초대가수가 그들이 타국 땅에서 이 노래를 들으며 그리움을 달랬던 ‘동백아가씨’를 부를 때는 그들의 눈가에 눈물방울이 맺혔다.
마지막 순서로 아리랑을 부를 때는 참가자 모두가 하나 되어 함께 부르며 이 행사를 추진한 모든 단체에 고마움과 감사의 박수를 보냈다.
비록 화려한 콘서트는 아니었지만 62년 전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헌신을 기억하고 음악으로 감사와 위로를 전하는 뜻있는 자리였다.
이 콘서트를 함께하면서 문화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또 우리 사회가 정이 넘치고 따듯한 사회라는 것을 체감하는 기회가 되었다.
그들에게 오늘의 감동은 오래 오래 가슴속에 남을 것이다.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일상의 평화와 안전은 누군가의 희생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들의 희생을 제대로 기억하고 예우하는 사회만이 앞으로의 위기 앞에서도 하나가되어 힘을 발휘 할 수 있을 것이다.
<안찬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