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과 커피콩 60알과의 관계

베토벤은 1770년 독일의 본 지역에서 태어났는데, 그의 이름은 독일어 표기법을 따르자면 ‘베트호펜’이 맞겠다. 고전주의 색채가 짙은 베토벤의 음악은 현재 대관식 미사 등 장중한 분위기에서 애용되고 있다.

 

‘괴팍한 천재’의 대명사 베토벤. 그 특유의 까다롭고 열정적인 성격의 그는 성인이 되고 오스트리아 빈에서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베토벤은 아침 루틴은 바로 모닝커피 제조였다. 그는 커피콩을 정확히 60알을 손으로 일일이 세어서, 콩을 직접 갈아 가루를 내어 아메리카노 커피를 만들어 마셨다. 하루 이틀이 아니고, 매일! 그리고는 작곡을 시작하였다.

 

그 맛을 다시 재현해 내려는 현대의 한 작곡가가 60알의 커피콩을 이른 아침 갈아서 마셔봤는데, 아뿔사! ‘맑은 K-보리차’ 맛이 나더라는 것이다. 한국의 맑은 보리차 맛이라니! 어렸을 때 친정 엄마가 사계절 커다란 스텐주전자에 끓여놓은 그 보리차 맛이라. 매일 회사 앞 카페에서 출근 30분 남겨놓고 호로록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K-보리차의 3배는 진한 맛일지라.

 

그러면 베토벤의 커피콩 60알의 아메리카노 맛은, 예상컨대 일리가 했던, 커피콩43알로 제조하는 에스프레소에다가 온수300ml를 첨가한 맛이리라. 베토벤은 옅은 맛의 커피콩 원료를 썼을 가능성이 크다.

 

59알 또는 61알은 그의 모닝 루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낱알을 세었으리라. 베토벤의 Piano Concerto NO.5 in E-Flat Major Op.73 ‘Emperor’를 듣고 있노라면 (피아니스트 임윤찬 연주) 46분 동안 단 1초의 오차도 허용할 수 없는 베토벤의 곡의 파워를 알 수 있다.

 

40년전 아침에 끓여서 식힌 후 델몬트 오렌지 주스 병에 한 병 한 병 정성껏 따라 냉장고에 넣어두셨던, 그 맑은 차. 이것을 몇 시간 뒤 냉장고를 열어 한 컵 마시며, 피아노 숙제를 하곤 했다. 그것- 그러니까 베토벤의 아메리카노 맛은 나의 어릴 적 맑은 보리차맛과 같은 셈이다. ‘월광’ 곡이 치기 어려워 1번부터 10번까지 동그라미 치는 노트에, 한 곡 연습이 끝날 때 마다, 희열과 손가락 통증으로 감정이 교차하는 나를 만나는 순간이었다. 그는 뜨겁게 나는 차갑게 마신 차이만 있을 뿐이다.

 

클래식을 접한지 40년이 지났다. 그때는 피아노로, 현재는 문화칼럼니스트로 사내 합창단원으로 교회 찬양대 알토단원으로 활동하는 아마추어 성악가이다. 베토벤은 가곡<Ich liebe dich> 만 남겨주시지 않았다. <Der Kuss>를 한 번 들어보시라. 베토벤의 아메리카노는 맑고 쓰고 고소한 K-보리차가 되어, 오늘날 나처럼 뒤늦게 성악을 접한 자에게 사랑의 수줍음과 생명을 발견하게 한다. 베토벤은 나의 50세의 때늦은 운명이다.

2025 10 30

미디어플러스지 문화예술부 기자 송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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