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적 못 채우면 월급 토해내야 하는 사업구조로 또 다른 희생자 막아야 해 –
지난 5일, 여수에서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로 활동하던 고 설요한(25세, 뇌병변장애) 씨가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를 남기고 아파트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유는 과도한 업무로 인해 고인이 생전에 매우 힘들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애계는 또 다른 희생을 막기 위해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에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제도 개선을 위한 예산 확대 투쟁을 선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11일, 오후 2시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고 설요한 동료지원가의 장례식을 열었다.
설 씨는 올해 4월부터 시작한 고용노동부의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취업지원 시범사업’에 참여해 동료지원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12월 10일에 예정되었던 사업 점검을 앞두고, 설 씨는 지난 실적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업무와 실적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한다.
설 씨는 일하는 동안 40명의 장애인을 만났고, 한 사람당 8개의 서류를 마련해야 했다”고 전해진다. 설 씨는 총 40명의 중증장애인 참여자를 발굴하면서 실적을 채워야 하는 동시에 홀로 320개의 서류를 준비해야 했다. 중증뇌병변장애 동료지원가인 설 씨가 실적을 채워가면서 각종 행정서류, 상담일지 및 자조모임일지 등을 작성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동료지원가가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그를 고용한 위탁기관은 연말에 이미 지급한 월급을 고용노동부에 토해내야 한다. 박현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이하 한자협) 대외협력실장은 “그러나 이러한 기이한 구조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월급이 아니라 수당’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라며 비판했다.
고용노동부는 연초에 동료지원가 사업비를 위탁기관에 통째로 준다. 위탁기관은 월급제 형식으로 동료지원가에게 월 80만 원(참여자 4명*5회 상담 기준)을 지급한다. 즉, 중증장애인 당사자는 월 80만 원을 받고서 스스로 참여자 발굴을 해가며 월 20회(년 240회) 상담을 하고 각종 서류 작업까지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연말에 이러한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위탁기관은 동료상담가에게 줬던 월급을 환수해 고용노동부에 다시 토해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줬던 월급을 다시 뺏는 것은 불가능하니 위탁기관으로서는 동료상담가에게 실적 채우기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전장연은 “동료지원가를 지원하는 업무, 동료지원가가 달성하지 못하는 실적에 대한 모든 책임을 위탁기관에 전가하는 구조”라고 분노했다.
동료지원가 조차 80만 원을 다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설 씨는 월 60시간 기준으로 4대 보험 등을 제외하고 65만 9,650원에 불과한 월급만을 받았다.
최용기 한자협 회장은 “고용노동부에 중증장애인의 생산성을 따지는 것이 아닌 환경, 유형, 특성을 고려한 일자리로 개선할 것을 내내 요구했지만, 기획재정부 핑계를 대며 ‘바꿀 수 없다’는 답변에 “내년에 개선하자고 고용노동부와 암묵적 합의를 했다. 그래도 벅찬 일자리였는데 내년을 기약했던 무책임한 행동들이 너무나도 부끄럽다”라고 말했다.
한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양선영 대표는 “어이없다. 일자리를 달랬더니 족쇄를 주었다”고 침통해하며 분노했다. https://m.blog.naver.com/mua1215/221734694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