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을 성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바삭하고 건조해지는 것 말이야.”
한없이 자유롭고 특별히 고귀해지고 싶었던 시절을 떠나보내며 어느 날 불현듯이 ‘한 시절의 끝’과 마주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때 이들은 당황하거나 슬픔에 잠겨들지 않고 과거의 시간과 함께 자신이 무엇을 유실하게 되었는지를 골똘히 살펴본다.
서울에서 태어나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송지현 작가의 첫 소설집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가 출간되었다. “좋던 시절을 흘려보낸 이들의 우울한 자화상”을 포착하여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정서”를 만들어냈다는 평을 받은 등단작「펑크록 스타일 빨대 디자인에 관한 연구」를 포함하여 작가가 7년간 쓰고 다듬은 소설 9편을 한데 묶었다. 규격외 변형 판형의 264쪽 분량으로 문학과 지성사를 통해 발간했다.
송지현 작가는 회고와 추적의 방식으로 ‘돌아보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작가라는 평을 받는다. 지나가버린 시절의 번민을 거듭 조망함으로써, 그 불가항력의 경험이 작중 인물들에게 남긴 비의를 섬세하게 짚어낸다. 그렇게 완성된 9편의 에필로그는 우리가 한때 어른이 되기 위해 혹은 사회로 편입되기 위해 겪어야만 했던 체념적 성장통을 떠올리게 한다.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무언가를 잃어버리면서 맞이해야 했던 성인식의 경험을 호들갑스럽지 않게, 시종일관 ‘바삭하고 건조한’ 스타일로 그려낸다는 점이다. 인물들의 불행을 조금도 과장하지 않으면서,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성찰하는 이 젊은 작가의 시선은 오늘날 청년 세대의 막연한 상실감과 자조 섞인 태도를 떠올리게 한다.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는 우리가 지금-여기에 이르기까지 감내해야 했던 인생의 마디들을 되짚어보는 진귀한 경험이 될 것이며, 그 시기를 웃으면서 안타깝게 떠나보내는 또 한 번의 성인식이 될 것이다.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어느새 성장을 마친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온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그리하여 남은 생을 기꺼이 살아가도록 북돋워주는 고마운 소설이다.
박상영 소설가는 “송지현의 소설은 우리를 웃겨주고 울려주며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를 하게 만든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치유하게 만든다” 고 말하고 신샛별 문학평론가는 “비전 없는 나날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웃음과 슬픔, 그런 소소한 삶의 기척들을 포착하고자 하는 송지현의 소설이 나는 진솔한 리얼리스트의 선택처럼 보인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는 예스24,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알라딘, 인터파크도서, 도서11번가 등에서 13,000원에 주문·구입이 가능하다.
<이정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