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동에 있는 해피인의 공간은 한 편은 높고 한 편은 낮게 자리한 터 이지만, 깔끔하고 아담하게 꾸며진 따뜻함이 있는 공간이다. 박보아대표의 푸근하고 후덕한 얼굴이 편안한 미소로 반겨주며 <해피인>의 내력을 소상히 알려준다. <해피인(행복한 사람들)>이란 ‘여기에 들어오면 행복하고 기쁜 일이 생긴다’는 의미와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힘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곳이란 깊은뜻을 담고 있다.
25년전 관악구로 이사를 오면서 천주교 신자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 하던 차, 빈민촌을 찾아가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기로 결심하고, 난곡동 달동네에서부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대학동 고시촌은 사시공부를 하면서 고시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4~5만명 정도가 됐으며 그때부터 젊은이들과의 공동체가 되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대학동 고시촌에서 밥을 굶는 젋은이들에게 주1회 ‘집밥을 먹는다’는 기분을 맛보게 해 주는 것에 보람을 찾았다.
사시가 없어지면서 인원은 점점 줄었지만 이들의 나이는 30~40대 중반으로 고시촌의 고시준비생들은, 운전도, 컴퓨터도, 스펙도 없었으며, 사회에 적응 할 줄 모르는 고학력 고시낭인들이 되어져 갔다. 그것이 안타까워 2012년엔 <청년인재지원센터>를 세워서 청년들을 돕기도 했다.
월 10~15만원의 쪽방에서 밥도 못해 먹고 추운 방에서 잠만 자면서 살아가는 집 떠나온 젊은이들을 위해, 허름한 작은 공간을 마련해서 주변의 도움으로 페인트칠도 하고 그림도 그려 넣어 작년 5월 아담한 카페형태로 <해피인>를 만들었다.
찾아오는 분들은 기초생활수급자들이 많고 하루 한끼로 생활하는 혼자 사는 가구가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그중 남자가 80%이다. 작년엔 260명이 찾아 왔는데 올해는 3,000명이 밥을 먹고 갔다. 40~50대가 70%를 차지하고 20~30대와 60~70대가 각각 15%를 차지한다.
이들 대부분은 다른 질환도 가지고 있지만 정서적인 질환이 있는 사람이 80% 정도이다. 고학력을 소지하고 사시공부를 하지만, 기초수급을 받는 것조차도 우울해 하며 ‘자살’을 생각하고 우울증을 앓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이들이 마음 편하게 ‘집밥 같은 밥’을 먹으며, 같이 살아가는 공동체로서, 동행하며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매일 20~30인분의 밥을 짓는다. 쌀이 떨어지는 날도 있지만 ‘기적’같이 후원이 들어와서 긴급함을 면하곤 한다. ‘2019년 바람이 있다면?’ 의 물음에 우울증으로 방에만 있는 사람들에게 찾아가는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과 마음도, 정신도, 삶의 질도 살리는, ‘회복되는 공동체’를 만들었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 여기에서 함께 생활하던 젊은들이 사회에 나가서,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 성장하여, 변호사도 되고 각계각층에서 활동하는 것이 자랑이라고 한다. 현재 30명 정도가 활발하게 사회생활하고 있으며, 받은 것을 되돌려서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하며 삶의 희망을 놓지 않도록 돕고 싶다는 박보아 대표는 오늘도 고시준비생들의 ‘인생 멘토’를 자처하며 밥을 짓고, 인생 상담을 하며, 그들의 직장을 고민하고 있다.
<황금자 기자>